[투데이 窓]디지털 헬스케어의 'JP모간 콘퍼런스' 만들기

매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JP모간이 주최하는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통칭 JPM이 열린다. 전 세계 제약사, 바이오벤처, 투자자 등 8000명이 집결하는 이 행사는 단순한 콘퍼런스가 아니라 한 해의 전략과 투자흐름이 결정되고 M&A와 라이선싱 계약이 이뤄지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이다.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지만 공식 행사 이외에 여러 위성행사, 네트워킹 이벤트, 스타트업 피칭 등이 함께 열린다. 이 시기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숙박이나 미팅공간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서두부터 이 행사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우리 회사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의 JPM'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DHP 2025'. 주최사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된 JPM처럼 우리도 행사명을 과감히 사명과 통일하고 연도를 붙여 브랜드화했다.(사명은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지만 업계에선 보통 DHP로 통한다.)

우리 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 하지만 회사명에 투자나 스타트업 관련 표현은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다. 왜냐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버티컬에서 벤처투자를 넘어 사업영역을 더 확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중의 하나가 JPM처럼 분야를 대표하는 콘퍼런스를 만들어 산업 전체에 화두를 던지고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이 되는 일이다.

2016년 창업 이후 매년 개최한 'DHP 데모데이'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행사를 10년 가까이 매년 개최하자 첫해 수십 명이던 참석자가 지난해에는 600명을 넘어섰다. 벤처투자자, 스타트업을 넘어 의료계, 대기업, 제약사, 학계, 심지어 국회와 정부 관계자까지 모이는 교류의 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이런 자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판을 좀 더 키울 때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올해부터는 행사의 규모와 격을 높였다. 행사명을 DHP로 리브랜딩하고 업계 최고의 오피니언리더들을 연사로 초청했다. 반나절이던 행사를 하루로 늘리고 큰 규모의 행사장을 대관해 전시부스도 마련했다. 행사의 규모를 키운 만큼 비용부담도 컸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의 JPM'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비전에 공감한 네이버, 제이엔피메디, 애터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선도적 파트너들이 흔쾌히 후원해주셨다.

'DHP 2025'가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AGI 시대의 디지털 헬스케어'였다. 목전에 다가온 AGI(범용 인공지능)가 의료기술, 산업, 더 나아가 보건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를 위해 기술과 산업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이끄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까지 키노트 연사로 초청해 의료전달 체계와 보험의 변화까지 논의하고자 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역대 최대인 1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쇄도했다. 키노트 세션은 자리가 없어서 참석자들이 서서 듣기도 했다. 데모데이 세션에서 발표한 8개 스타트업에는 투자사 및 관계사들의 러브콜이 행사 이후까지 이어졌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운영상 보완할 점도 많았다. 특히 행사의 규모와 퀄리티를 높이느라 재정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JPM과 같은 네트워킹과 비즈니스 매칭 인프라를 갖추고 싶었지만 내년에 더 큰 도약을 위한 과제로 남겨뒀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규모의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이번 'DHP 2025'는 'DHP 2026'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규모와 깊이 면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내년 행사를 기획하는 내 머릿속은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계속 '디지털 헬스케어의 JPM'을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의 비전에 더 많은 파트너가 함께하기를 고대한다.